행복체험단 덕분에 오랜만에 친구와 대학로 나들이를 했습니다.
사실 남자친구와 함께 보기 위해 신청한 체험단이었는데...
그 빌어먹을 인간이 해외출장에 잡혀서 급하게 친구에게 전화~~

약 두시간의 길 것 같으면서도 짧은 연극 속에 많은 걸 느낄 수 있는 연극이었던 것 같아요.
사랑. 남자와 여자라는 서로 다른 두가지 언어로 풀어나가는...
결코 알 수 없을 것 같은 수수께끼, 어쩌면 가장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어나가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사랑이 아닐까 싶어요.

그러나 연극은 이 어려운 문제를 가끔은 아주 유쾌하게 이야기하고 있어서 보는 내내 웃음이 그치질 않았습니다.
연극을 보면서 꽤 오래전의 일이 생각났어요. 아무것도 아닌일에 괜히 화내고 오해하고. 그래서 결국은 헤어졌던 첫사랑이 생각나는 느낌?
동생커플의 사랑을 보면서 왜 하필이면 첫사랑이 생각나느냔 말이냐구요!!!
지금의 남자친구가 알면 아주 노발대발할 이야기겠지만
나 나름대로 순수하게 사랑했었고 그 사랑만이 이 세상의 전부였다고 느끼던 그 떄를 떠올리니 뭔가 말할 수 없는 먹먹함이 생겨나더라구요.

하지만!! 추억은 추억으로 남아야 아름답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.
물론 동생커플의 이야기는 첫사랑과 너무 비슷한 에피소드들이라 공감했지만
나이가 나이인지라 형 커플의 사랑이 더 가슴에 와닿았던 것 같아요. 
사랑해서 그녀(그)를 잡아야 하는데 현실이 그렇게 녹록하지는 않아 망설이고 망설이는...
동생커플의 이야기가 추억이라면 형커플은 바로 지금의 내모습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.

너무 감상이 어두운쪽으로 흘러갔네요.
멀티맨 역할을 해주신 그 배우분... 성함은 잘 모르지만 그 분의 연기가 기억에 강하게 남아있네요.
해설자, 직장상사, 욕쟁이 할머니, 복학생 선배, 패밀리레스토랑의 서버 케빈 등등.
익살스런 모습으로 웃음코드를 너무 잘 잡아내신 것 같아요. 간혹 방백처럼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그 대사는 과연 대박이었습니다.
"아, 나 그만둬야 할까봐..."
이 이야긴 매일 제가 직장에서 혼자 중얼거리는 소리거든요. ㅡㅜ

두 시간이 정말 지루하지 않은 연극이었습니다.
무척이나 재미있었고 옛사랑과 지금의 사랑 모두 소중하다는 것을 일깨워준 연극이라고나 할까요?
행복체험단. 말 그대로 행복을 체험하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.